로스엔젤레스 해안 쪽에 '호반의 신전'이라는 새 명소가 있다. 12에이커 정도의 호수를 복판에 둔 종교공원이다.
입구에 다섯 개의 석주가 나란히 서 있는데, 각기 기독교의 십자가, 유태교의 다비드의 별, 불교의 법륜, 이슬람
교의 월성, 힌두교의 옴이 조각돼 있다. 세계 5대 종교를 상징하고 있지만, 그 공원을 돌아보면 관음상이며 인도
의 시바신상, 그리고 중국의 모조품, 한국의 제사때 쓰는 촛대, 청사초롱 같은 것이 진열되어 있어 동양 무드가
물씬하다.
희말라야 인근에서 태어난 '요가난다'라는 철학자가 각박한 계약사회에 지친 서양사람들에게 동양적인 안도를
주기 위해 만든 공원이라 한다.
학자들은 동양철학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동양적인 무드에 젖고 싶은 서양사람들이 로스엔젤레스
의 어느 공원보다 많이 찾아든다는 점만은 서양회귀 현상으로 주목해둘 만 하다.
버팔로의 뉴욕 주립 대학 인근의 책방을 훑어 보고 있는데 교과서 전문의 책방을 빼놓고는 약 4/1이 요가,선, 불경
논어, 역경, 노자, 장자, 밀교 등 동양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호스라는 한 책방주인은 대학 아카데미즘의 주류와 관심이 분명히 회귀하고 있음을 책방에서 실감하고 있다고 말
했다.
과학과 계약과 관리의 치밀한 올가미 속에서 인간상실을 해 온 서양사람들이 그같은 올가미를 초월한 의연한 인간
성을 되찾으려는 흐름이 동양회귀 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의 작가 게오르규도 바로 이 동양회귀의 선구자다.
그는 의 주인공인 가난한 소작농부 이온 모리츠로 하여금 서구문명의 기계주의, 기술만능주의 ,관리주의의
병균에 감염되어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주장할 입추의 여지도 없음을 고발하고 있다.
그리하여 서구의 시계는 메시아의 재림으로도 구제받지 못할 최후의 시간, 그 다음에 오는 '25시'를 지향하고 있다
고 한다. 그 게오르규가 두번째 한국을 찾아왔다. 그는 25시로 치닫는 시계가 23시로 회귀하는 것을 한국에서 보아
낼 수 있으며 그것을 찾아내고자 왔다고 했다.
우리는 갖고있으면서도 그것이 뭣인지 모르는데 서양사람들은 그것을 알고서도 찾고 있는 '23시'의 문명좌표인 것
이다.